이창훈은 찰나의 시간을 감각적 차원에서 풀어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시공간 속에 흡수되어 있는 인간의 삶,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의미들을 반추하고자 관념적인 시간을 가시화하고, 삶의 서사를 모아 재구성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이창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사진 연작 <한강>은 한강을 비롯한 그 주변의 도시와 자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중요한 소재로 삼고 있다. 한강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며 역사와 이야기를 불러오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이창훈은 사계절 동안 강변에서 길은 물을 수석 모양의 틀에 담아 얼음으로 만들어 박제하는 작업을 통해 시간의 유한성과 인간 욕망의 덧없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업은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이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허무해지고, 물질적 가치가 무상함을 깨닫게 한다.
전시장 1층에 위치한 작품 <눈>은 겨울 도심에 내린 눈을 모아 만든 눈덩이들을 석고로 캐스팅한 작업으로 녹아 없어질 눈을 영원히 보존하려는 태도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작품 <한강>과 내용적으로 이어진다. 또한, 지하 전시장에 퍼지는 사운드 <빙렬>은 사진 연작 <한강>의 작업 중, 차가운 얼음이 더운 대기와 만나는 순간에 발생하는 금이 가는 소리를 녹음하고 편집한 작품이다. 각 채널에서는 간헐적이고 불규칙적인 빙렬음이 들리며, 때때로 그 소리가 자연스럽게 겹쳐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창훈은 이번 전시 《유빙》을 통해 '욕망'과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이에 시간의 흐름과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담은 작품들은 관객에게 깊은 성찰을 유도하고, 욕망의 본질과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독립적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의 의미를 보완한 각 작품들은 단순히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관객의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다채로운 감각적 차원으로 다가간다.
이창훈의 예술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 공간을 점유하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그가 시공간 속에서 포착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보편적인 삶의 서사이며,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가치, 의미를 반추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또한, 인간 욕망을 넘어, 궁극적으로 존재의 근원을 자각하게 만들며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허무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물질적 가치를 벗어나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본 전시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창훈의 작업은 하나의 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떠한 것을 추구하고 살아가며, 삶에서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