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 Jongmin  -   중력 버티기

July 3, 2026 - Aug. 8, 2026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기 위해 성별, 출생지, 유전적 요인과 같은 조건이 요구된다. 신종민 작가는 이러한 개별적 조건들을 탐구한 끝에, 모든 존재가 거스를 수 없는 가장 근원적인 조건인 ‘중력’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트사이드 템포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중력 버티기》는 인간 뿐만 아니라, 특히 조각이라는 매체가 끊임없이 천착해 온 중력의 물리적 속성을 파헤치며 작가가 구상에서 추상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사유를 집약한다.

조각은 단단한 물질을 통해 무게감 있는 형태를 수직으로 세워내는 예술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신종민은 기존에 형상을 지탱하기 위해 은폐되었던 골조와 재료의 본질을 전면으로 드러냄으로써 표면과 구조 사이의 위계 관계를 역전시킨다. 작가는 시멘트와 철이라는 강인한 재료와 얇고 연약한 실크를 병치해 이를 구현한다. 건축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노출 콘크리트를 보며 자란 작가에게 골조는 작업의 토대가 되었다. 골조를 만드는 일은 곧 작가가 ‘전통 등’을 만드는 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빛을 가두는 전등의 뼈대와 그것이 퍼지는 면을 작업의 핵심으로 끌어들였다. 철제로 틀을 짜고 실크와 시멘트를 입혀 면을 만든 뒤 채색과 조립을 거쳤던 기존의 작업 방식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특히 회색빛 시멘트와 대비되는 다채로운 색감들은 역설적으로 그 아래에 가려져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욱 강렬하게 소환한다. 로켓과 작은 새, 비행기, 인간의 척추, 비스듬히 버티고 선 개구리에 이르기까지,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위트 있는 소재들은 중력이라는 거대한 힘에 저항하거나 순응하는 모든 존재의 태도를 대변한다.

이러한 접근은 건축 양식인 ‘브루탈리즘(Brutalism)’의 미학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 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와 철이라는 재료 본연의 질감을 그대로 노출하여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구조 그 자체가 미학이 되는 과정을 구현함으로써 신종민은 이미지와 형상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전시장 중앙에 마치 공간에 드로잉을 한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검은색 구조물은 기존에 이미지를 가두었던 직선적 로우 폴리곤 형식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곡선을 통해 구조를 형성한다. 특히 검은색 실크 위에 덧대어진 한 겹의 막은 서로를 당기는 물리적 힘을 시각화한다. 이와 함께 곳곳에 서있는 조각들은 작가가 형태를 직립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토대를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가 딛고 있는 세계를 사유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이처럼 신종민의 작업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외피화된 세계’로 바라보는 시선을 담고 있다. 화려한 색채와 이미지들이 덧씌워진 도심의 풍경 이면에는 콘크리트라는 단단한 중심축이 존재한다. 작가는 이미지의 지지체로만 기능하던 재료들을 조각의 주체로 격상시킴으로써, 화려한 환상이 입혀지기 전의 회색빛 노동과 그 근간을 이루는 구조를 환기한다. 이는 단순한 재료의 노출이 아니라 세계가 껍질로 구성되는 방식을 탐구하며 이미지와 구조가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는 상태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다.

조각의 구조와 재료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전시장을 거닐며 관람객은 서로를 지지하며 증식해 나가는 조각의 궤적을 좇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의 단단함과 그 이면의 연약한 뼈대를 동시에 감각하길 제안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의 제목인 ‘중력 버티기’는 조각이 중력을 이겨내는 물리적 태도를 의미하는 동시에,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과 상황, 그리고 감당해야 할 의무라는 실존적 상태를 중의적으로 드러낸다. 조각이 중력을 버티고 있는 것처럼 우리 또한 삶의 무게를 버티고 있다는 점을 조명함으로써, 어떤 의미에서든 중력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속성을 내비치는 것이다. 형태와 구조, 그리고 표면의 변화가 층층이 쌓여가는 이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작가는 재현적 형상을 넘어 추상적 구조의 본질에 도달하는 길을 걷는다.
exhibition image
INSTALLATION VIEWS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