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021년 11월 12일부터 12월 11일 까지 《너의 빌런》를 개최한다. 최수인(1987- )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연출된 ‘상황적 자아’를 통해 사회적 존재가 되는 주체의 발생적 순간을 사유하며, 그 과정에서 촉발된 감정의 층위를 면밀히 재현하려고 한다. 이번 전시는 2020년 <Fake Mood: 페이크 무드>에 이어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리는 세 번째 전시로, 격정적인 감정 속에 놓인 화자보다는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과 상황에 더 주목하는 한층 여유로워진 작가의 내면세계가 담긴 신작을 선보인다.
최수인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 부조화의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대상을 등장시키고, 이는 그리스 연극에서 이면의 진실을 강조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차용했던 가면을 상기시킨다. 작가가 창조한 허구적 세계에 형상을 입히고 내러티브를 전하는 이 가면적 대상은 역설적으로 화자가 선택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한다. 이 절묘한 방식의 ‘드러냄과 감추기’의 길항구조를 통해 연출된 무대는 작중 화자를 소거하고 메타적 관점을 배가 시킨다. 서사가 배제되고 독립된 사건으로 재탄생한 “장면화”된 공간은 사건이 발생했던 그 순간에 오롯이 집중하며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최수인 작가는 이 과정에서 진실에 근접한 허구를 활용하고, 이를 통해 진실을 말하는 절묘한 변증법적 수사를 연출한다. 이 화법을 완성하는 ‘가면적 형상’이 만들어낸 장면화된 화면은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며 보는 이에게 흥미로운 구조화의 과정을 남긴다.
20세기 후반 미시 사회학 분야를 개척한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우리는 모두 극장 위의 배우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연극무대와 같고, 우리는 그 무대에서 연기를 펼친다”고 논했다. 마치 이에 화답하는 듯한 최수인의 작품세계는 타인을 의식하면서 상황적 자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표상이기도 하고, 작가 자신의 페르소나 이기도 하기에 관람자들에게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