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 Hwa Soo  -   경관보류

Oct. 16, 2025 - Nov. 15, 2025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11월 15일까지 진행되는 유화수 개인전 <경관 보류>는 흙이 아닌 돌에서 가지를 뻗어낸 기이한 조각으로 시작한다. 나뭇가지에 가까이 다가가면 인간의 존재를 의식하듯 파르르 떨리는데, 이미 죽음에 이른 가지들은 기계 장치를 통해 생명을 연명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지하로 진입하면 낯설음은 그 규모만큼이나 크게 다가온다. 익숙한 가로등에 전구 대신 가는 목련 가지가 들어가 있고, 본래 하나의 기둥이 되어야 하는 나무는 다른 수종이 분절되어 하나의 수직적 기둥을 이룬다. 한 켠에는 매끄러운 유리 구슬과 우리가 걸어다니는 아스팔트가 동그랗게 말려 있다. 전시장은 그 자체로 낯설게 조경된 정원을 형성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떠받치며 쉼 없이 달리던 도시의 경관에 잠시 노란 불을 켠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선택하고 잘라내고 있던 자연의 일부를 보류하는 것이다. 경관은 단순한 자연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와 권력 구조가 시각적으로 구현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경관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특정 계층의 미적, 경제적 욕망을 반영한 “인위적 구성물”인 것이다.
유화수는 그간 인간에게 지극히 유효한 효용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작업을 통해 떠올리고 그 의미를 회복할 수 있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의 관심사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을 덮어내 무언가를 건설하는 행태인 건설업에서 출발해 장애, 기술(technology), 특히 자연을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스마트팜으로 뻗어나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조경’을 주제로 만들어낸 쓸모 없음의 연립(聯立) 속에서 조각조각 흩어진 채 인간의 의도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존재하는 순간들을 기록한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재료는 유리와 아스팔트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유리는 광물로서 데이터의 매개체이자 정보가 시각적으로 번역되는 표면이 된다. 동시에 투명성이라는 속성은 보이는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조율하는 매개체로서 감시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아스팔트는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가장 하단에 남겨지는 물질이다. 휘발성이 강한 연료들과 달리 화석 연료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스팔트는 본래의 자연을 덮어 인간이 통행하기 편한 길로 바꾸며,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시각적·물리적으로 구분 짓는 도구가 된다. 전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 화강암이나 연약한 목련 가지가 들어간 가로수는 어떠한가.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을 지닌 이 작품은 계절성을 가장 잘 드러내기에 인간의 곁에 꺾여있던 목련과 가공된 돌을 주인공으로 올린다. 이들이 밝히는 빛은 어두운 시절 인간이 돌아가는 길을 밝혀주는 낭만적인 단어를 해체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화두에 올린다.
이처럼 유화수의 전시는 삶과 죽음, 기념과 무의미, 돌봄과 통제 사이에서 끊임없이 경계를 오가며 우리가 ‘경관’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은 권력과 자본이 설계한 질서임을 드러낸다. 그 안에서 자연은 이미 사회적 상징으로 가공된 상태임을 은밀하게 폭로하는 것이다.
exhibition image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