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이드갤러리는 2021년 10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이헌정, 장승택 작가의 2인전을 개최한다. 본 전시에서는 이헌정 작가의 도예와 장승택 작가의 색면 회화를 ‘우연성’이란 키워드를 통해 선보인다. 불확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우연성’이란 개념은 조형적 표현 방식이 상이한 두 작가의 작업을 포괄하는 공통점으로써, 이들의 작업에 중심이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도자에서 출발하여 조각, 설치,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영역에서 변화와 시도를 거듭해온 이헌정 작가는 흙을 빚고 굽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성을 작품 전반에 내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 항아리, 인물상, 동·식물상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통적인 재료에서 벗어나 플라스틱, 왁스, 레진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회화의 영역을 확장해온 장승택 작가는 2019년부터 매진해 온 색면 회화인 ‘겹 회화(Layered Painting)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의 붓 끝에서 비롯된 색채들과 우연한 만남을 통해 집결된 빛의 화면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도예가 이헌정은 ‘흙’과 ‘불’이 만들어낸 우연성에 주목해왔다. 가마 안에서 사건이 생기길 기대하고 가마 문을 연다는 그는, 작품을 할 때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기게 장치를 만든다. 예를 들어, 유약을 세 번 발랐던 것을 다섯 번 바르고 그 위에 다른 것을 덧칠하는 식으로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추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연하게 생긴 틈이나 유약의 흔적을 작품에 그대로 노출하여 예측할 수 없는 도자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달 항아리, 인물상, 동·식물상은 본래의 완전한 형태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특히 ‘달 항아리’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인물상의 경우 신체의 일부가 생략되거나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어딘가 결여된 형태는 한 때 온전했던 모습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우리에게 완전성에 대해 묻는다. 완전한 것들이 완전하지 않을 때, 비로소 주변을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장승택 작가의 ‘겹 회화 시리즈’는 색채의 단층들이 만들어낸 색면 회화이다. 작가는 특별 제작한 대형 붓으로, 캔버스나 유리에 아크릴릭 물감과 특수 미디엄을 섞은 투명한 안료를 바르고 건조시킨다. 이 과정을 수십 번 거쳐 겹 회화가 탄생한다. 불투명한 색이 여러 번 겹치면서 평평한 색면이 형성되고 단 하나의 고유한 색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물감층이 겹겹이 쌓여 드러나는 색채는 처음부터 예측할 수 없기에 우연적이고 절대적이며 유일하다.
그의 색면 회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감각적 색의 선택도 아닌 반복을 통해 남겨진 작가의 움직임과 흔적이다. 색으로 표현되는 그의 흔적들은 작가의 내면세계이자 논리적으로 구축된 객관적 실체가 된다. 붓은 작가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많은 궤적을 남기다고 그가 말했다. 작가의 궤적이 곧 색의 궤적이 되는 그의 회화, 그 속에서 빛나는 색들은 우연을 통해 완전하게 기록된다.
이헌정 작가와 장승택 작가의 만남, 그리고 우연성에서 비롯된 이들의 예술 세계는 결코 우연적이지 않다. 그 속에는 예술가로서 치열한 고민과 부단한 노력이 담겨 있다. 익숙하지만 낯선 그리고 미묘한 우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를 이번 전시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