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에서 그 전통을 찾고 있는 프랑스 추상미술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 칸딘스키의 뜨거운 추상으로 정의되며 그 정점을 맞이하였다. 이 후 많은 작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재해석 되면서 프랑스 추상회화의 전통과 맥을 이어왔다. 또한,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다양하게 변화 발전해 왔다. 현대 프랑스의 추상회화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르들과 섞여 현대 추상회화의 다양한 면모들을 보여주고 있는 양상이다.
프랑스, 벨기에, 한국 등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수경 작가는 순간의 직감과 무의식에서 오는 흔적들을 선의 겹침과 반복을 통해 추상적인 기법으로 캔버스에 표현한다. 작가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조형적 요소들을 불규칙적으로 마치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그리는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진 듯 다양한 색과 면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 행위의 결과들을 작가의 조형적 감각으로 다시 추상한다. 색을 직감적으로 고르고 거기서 파생된 기분을 손이 가는 대로 그려보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반적인 관념들을 버리고 실재하는 순수한 시각과 감정들을 표현하여 그림에 투영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작가는 추상미술을 지향한다.
구상회화와는 다르게 그림에서 보여지는 친절한 설명은 부족하지만 이수경의 작품에서는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으며 그 안에는 무(無)에서 오는 편안함이 담겨있다. 우리가 놓치고 있을지 모르는 새롭고 자유로운 무의식의 감정을 통해 늘 반복되는 생각의 흐름을 잠시나마 멈추고 휴식의 시간이 되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